🎨 이 에피소드의 수채화
그날 오후는 유난히 맑았다.
하늘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듯 투명했고, 햇빛은 건물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술관 앞 광장에는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벤치에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시계를 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있는 사람은 공대생이었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정확히 10분 먼저 도착해 있었다. 공대생인 그는 항상 그렇게 행동했다. 시간은 지켜야 하는 것이고, 약속은 계산 가능한 것이며, 세상은 일정한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오후 2시 58분.
"좋아. 정확하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게 시간은 숫자였다. 숫자는 정확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고, 주변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미술관 길 건너편에서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공대생이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늦어 보였다.
그녀는 걸어오다가 잠시 멈추었고, 다시 걸어오다가 또 멈추었다. 마치 길 위의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걸어왔다.
그녀가 미술관 앞에 도착했을 때 공대생은 시계를 보았다.
오후 3시 20분.
그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공대생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생각했다.
"하늘 색 때문에 늦었다고?"
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미대생이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숫자가 아니라 색이었다. 길 위의 그림자도 하나의 그림이었고, 카페 창가에 비친 빛도 하나의 장면이었으며, 하늘의 색도 하나의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늦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공대생은 다시 말을 잃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길은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길은 하나의 풍경이었다.
그날, 공대생은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저희 남편이 딱 이 공대생이에요 😂 이 에피소드 보여줬더니 자기 이야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ㅋㅋ
"길이 예뻤어요." 이 한마디에 뭔가 설명이 안되는 감동이 있어요. 논리로는 이해 못하는 말인데 마음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공대 나온 남자친구와 사귀는 미대생입니다. 이게 우리 이야기예요. 첫 문장부터 웃음이 나오다가 마지막엔 왠지 모르게 뭉클했어요.